출산 후 조리원 2주, 산후도우미 2주는 대한민국 국룰이 되어버린 것 같은 요즘이다.
산후도우미 2주 비용이 대부분 정부지원이라 안쓰는게 손해같은 기분이기 때문.
하지만 다 이용해보고 나니, 산후도우미 이거 쓰는게 정말 필요한가 고민이 든다.
#산후도우미 업체 선정
일단 정부지원 산후도우미 업체들 중 하나를 선택해서 예약을 하면 되는데 (미리 예약안해도 상관없을 것 같다), 맘카페에서 그나마 언급이 좀 있는 곳을 선택했다. 다들 업체는 규모가 가장 큰 곳이 나중에 산후도우미 교체가 금방돼서 좋다는데, 산후도우미 한 번 교체하면 그때부터 폭탄돌리기가 시작된다는 말도 있고 해서, 친정하고 서비스 좋은 곳? 그래도 규모가 점 있는 곳? 마음대로 선택하면 될 것 같다.
예약금은 2주에 15만 원, 3주에 40만 원 정도이며, 한 달 전에 취소해야만 예약금을 환불받을 수 있게 되어있다. 그런데 한 달 전에 입주시터에서 출퇴근시터로 변경했는데도 다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제야 연락주면 어떡하냐고 한소리들었다. 음..?
#아기위주 식사위주?
정부지원되는 사업들이 으레 그렇듯이, 서비스가 막 효율적이지는 않다. 계약서 하단에 요청사항 란에 원하는 산후도우미 특성들을 작성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나는 좀 조용한 성격이고 하루에 한 번 산책나갈 수 있게 시간을 주실 분을 선호한다고 썼는데 배정시 전혀 고려가 되지 않는듯 했다.
처음에 오신 분은 잔소리가 심했다. 한달 동안 집을 비워야 했기에 식재료를 전부 소진하고 출산하러 갔었는데, 집에 아무것도 없다며 장볼 목록을 작성해주셨다. (이건 인정) 뭘 자꾸 사야한다고 막 얘기하고 가셨다. 심히 불편했다. 애엄마는 아기 인질 맡겨놓은 기분이라 도우미 말을 안들을수가 없는데 이래라 저래라 하시니 제2의 시어머니를 만난 느낌이긴 하다.
바로 다음날 교체됐는데 이건 내 요청때문이 아니라 첫날 온 산후도우미가 어쩐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도망갔기 때문이다 ㅋㅋㅋ 원래 9-6시 출근인데 당일날 남편이랑 다 자고 있는데 갑자기 8시에 출근해서는 앞으로도 8시에 출근해서 5시에 가겠다라고 마음대로 선언하셨는데 남편 출근시간이 늦어서 어렵다고 거절한게 이유인 것 같다. (참고로 대부분의 산후도우미는 출퇴근 시간을 지키지 않고 9-5 출근을 고집하는 분이 많다고 한다. 점심시간을 따로 갖지 않겠다는 이유에서다.)
두번째 오신 분은 조용해서 한결 마음이 편했다. 그런데 요리를 별로 못하셨다. 난 모유수유 중이고 애기가 순해서 혼자서도 잘 볼 수 있었는데 수유 끝나자마자 트림시킨다고 데려가고 하루종일 껴안고 계셨다. 등센서 생길까봐 불안하긴 했는데 또 도망가실까봐 뭐라 말하기 그래서.. 오히려 요리를 잘하시는 분이셨으면 했는데 아쉽긴 했다. 전부 내돈 들어갔으면 아까웠을뻔.
들어보니 산후도우미는 식사에 진심인 분과 아기에 진심인 분으로 나뉜다고 한다. 다른 요청사항은 어차피 업체에서 안보는거같으니, 이 부분이라도 원하는대로 어필하길. 산모도 모유수유하냐에 따라, 첫째가 있느냐에 따라 출퇴근시간 조정이 필요하거나 식사 또는 아기돌봄이 더 필요한 사람이있는데, 이정도는 업체에서 맞춰줄 수 있는거 아닌가? 실상은 제때 사람 배정하는것만으로도 급급해보이긴 했지만.. 정부지원사업이라 서비스 응대능력이 좀 많이 떨어져보이긴했다. 역시 정부지원사업이 돈벌기 쉽다.
#추가금
참, 집에 누가 한명더 있으면 식사 준비 명목으로 하루 추가금 8000원, 경력 3년 이상 도우미를 요청하면 하루 추가금 5000원이 드는데 정부지원 받고도 돈버는 능력은 최상이시다. 경력 3년 이상 도우미 아닌 사람이 없어서 추가금은 당연히 내야하고, 또 그렇다고 경력없는 사람으로 보내달라고 하기도 그렇다.
#산후도우미 필요한가?
2주동안 그럭저럭 편하긴 했던거같은데 돌아보니 필요하진 않았던 것 같다. 내 돈으로 쓰라하면 안쓸거같은 느낌? 일단 어차피 신생아는 먹잠 먹잠 3주부터 약간의 먹놀잠이라 할게 별로 없다. 특히 나처럼 조리원에서 수유텀을 좀 맞춰온 산모는 텀 사이 청소 식사준비할 수 있어서 요리마저 그저그러시면... 누가 집에 있는것도 불편한데 가시라하고 싶지만, 잠깐 외출할때는 유용했던거같다. 근데 사실 아기랑 둘이 맡겨두고 외출하는 것도 찝찝해서 잘 못하게된다. 옛날에 신생아 학대한 산후도우미도 뉴스에 나오지 않았는가.
오히려 산후도우미가 계속 안고 있어서 잠을 연장하는 바람에 수유텀이 흐트러져버렸다. 배고픔의 신호를 내가 읽지 못하게 되었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울때마다 젖을 물리게 되었고, 그래서 아기는 전유과다로 배앓이 영아산통을 심하게 하게 되었다. 그리고 쓸데없이 몸무게가 일주일에 500g이나 쪄버렸다. ㅠㅠ 백분위 하위 15프로에서 50프로가 되어버림. 아기 몸무게는 태어난 백분위를 유지하는게 좋다.
산후도우미님이 가시자마자 다시 수유텀을 잡았고 그제서야 아기가 밤잠을 다시 자기 시작했다. 산후도우미 가고 이틀간 아기는 졸리다고 하품하는데 배는 아파서 몇시간씩 울지 ㅠ 남편은 출근해서 졸고 배앓이는 마사지로도 잘 가시지 않아 너무 끔찍한 이틀이었다.
산후도우미 정부지원은 진짜 필요없는 것 같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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