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대법관 민유숙, 이흥구, 오경미의 반대의견
가. 반대의견의 요지
1) 다수의견은 이 사건 하드디스크의 임의제출자인 공소외3이 증거은닉 범행의 피해자로서 그에 저장된 전자정보에 관하여 실질적 이해관계가 있고, 이를 현실적으로 점유함으로써 해당 전자정보에 관한 관리처분권을 사실상 보유.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그에게 참여권을 보장한 것으로 충분하고, 자신의 피의사실에 관한 증거를 은닉하기 위해 공소외3에게 이 사건 하드디스크를 교부한 공소외 1 등은 그에 대한 전속적인 관리처분권을 포기하였거나 양도한 이상 참여권 보장의 대상자인 실질적 피압수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이에 동의할 수 없다. 다수의견은 '실질적 피압수자'를 압수수색의 원인이 된 범죄혐의사실의 피의자를 중심으로 협소하게 파악하는 것으로서 선례의 취지와 방향에 부합하지 않고, 현대사회의 개인과 기업에 갈수록 중요한 의미를 갖는 전자정보에 관한 수사기관의 강제처분에서 적법절차와 영장주의를 구현해야 하는 헌법적 요청을 외면하여 실질적 피압수자인 전자정보 관리처분권자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에 관한 기본권이 침해되는 반헌법적 결과를 용인하게 된다.
3)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 및 2021도11170 판결에서 대법원은 '실질적 피압수자'는 해당 정보저장매체를 현실적으로 지배.관리하면서 그 정보저장매체 내 전자정보 전반에 관한 전속적인 관리처분권을 보유.행사하는 자로서 그에 대한 실질적인 압수수색의 당사자로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이라 하였다. 즉, 강제처분의 직접 당사자이자 형식적 피압수자인 정보저장매체의 현실적 소지.보관자 외에 소유.관리자가 별도로 존재하고, 강제처분에 의하여 그의 전자정보에 대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 재산권 등을 침해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 그 소유.관리자는 참여권의 보장 대상인 실질적 피압수자라고 보아야 한다.
4) 따라서 임의제출자이자 피의자인 증거은닉범과 함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침해받지 않을 실질적인 이익을 갖는 본범에게도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나. 전자정보 압수수색에서 참여권 보장의 취지와 참여권의 구체화
1) 대법원은 2009모1190 결정(전교조 국가공무원법위반 사건)으로 피압수자의 참여권을 보장하는 법리를 최초로 설시,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종근당 압수수색 사건)을 통해 피압수자의 참여권을 배제한 절차적 위법이 있을 때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배제됨을 선언하였다. 여기에서 전교조와 종근당은 피의자의 지위에 있지 않았지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침해받지 않을 실질적인 이익을 갖는 피압수자의 지위에 있음을 중시하여 참여권의 귀속 주체로 인정되었다.
이후 피압수자와 피의자가 동일인인 여러 사안에서 피압수자에게 참여권이 인정되었고(2015도12400 판결, 2017도3449 판결, 2018도20504 판결 등), 마침내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피압수자와 피의자가 동일인이 아닌 사안에서 제3자를 피압수자로 하여 피의자 소유.관리의 정보저장매체에 대한 강제처분이 이루어질 때 실질적 피압수자인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하고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하는 등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여 참여권 보장 주체를 실질적 피압수자에게까지 확대하였다. 2016모587 결정(카카오톡 사건)에서는 카카오를 피압수자로 하여 서비스이용자(피의자)의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서비스이용자에게 실질적 피압수자의 지위를 인정하였다. 2021도11170 판결에서는 피의자가 사용하던 정보저장매체를 제3자가 수사기관에 임의제출한 경우 그 관리처분권이 제3자에게 양도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피의자가 아닌 제3자(임의제출자)에게 참여의 기회를 부여한 것으로 충분하다고 하였다.
2) 이와 같이 선례가 '피압수자'를 중심으로 참여권 개념을 확립한 것은 오늘날 기업.개인 업무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정보저장매체에는 범죄혐의와 관련이 없는 무관 정보가 혐의사실에 대한 전자정보인 유관 정보와 혼재되어 있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법익을 보호하기 위해 절차적 조치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헌법적 요청에 응답한 결과이다. 대법원도 "정보저장매체에는 인격적 법익에 관한 모든 것이 저장되어 있어 임의제출의 주체가 소유자가 아닌 소지자. 보관자에 불과함에도 아무런 제한 없이 압수수색이 허용되면 피의자의 인격적 법익이 현저히 침해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선언하였다(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 2019도7342 판결 등).
다. 참여권 귀속 주체인 실질적 피압수자의 의미와 그 판단 기준
따라서 '실질적 피압수자'는 압수수색 당시까지 해당 정보저장매체를 지배.관리하면서 정보저장매체 내 전자정보 전반에 관한 전속적인 관리처분권을 보유.행사하는 사람으로서, 정보저장매체에 적법한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와 함께 혼재되어 있는 무관정보에 대한 수사기관의 탐색.출력 등을 배제할 사생활의 비밀 기타 인격적 법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보아야 한다.
1) 강제처분의 대상자인 피압수자의 참여권 - 참여권의 귀속주체는 정보저장매체의 현실적인 소지.보관자이자 저장된 전자정보의 관리처분권자로서 강제처분의 실질적인 상대방인 것으로 충분하고, 압수수색의 원인이 된 범죄혐의사실의 피의자일 것까지 요하는 것은 아니다.
가) 헌법은 압수수색에 관한 적법절차와 영장주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고, 형사소송법은 압수수색절차를 제한하는 상세한 조항을 마련하고 있는데 그 중 특히 215조 1항은 해당 사건과 관계 있는 것에 한장하여 압수수색검증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이른바 '관련성 원칙'을 정하고 있는데, 대법원은 유관정보와 무관정보가 혼재된 정보저장매체의 특수성에 주목하여 무관정보의 위법한 탐색.수집을 실효성 있게 억제하기 위해 참여권 보장 범위를 '실질적 피압수자'에까지 확장한 것이다. 한편 변호인참여권 규정인 형소 243조의2가 신설되기 전부터 대법원은 피의자의 접견교통권에 관한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피의자신문절차에서 변호인참여권을 인정한 바 있는데, 이와 같이 대법원은 그간 형사소송법을 헌법합치적으로 해석하여 국가의 강제처분으로부터 그 대상자가 갖는 기본권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해 왔다.
나) 한편 헌법상 주거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는 누구에게나 보장되며, 영장주의의 보호대상은 피의자에 한정되지 않으므로 '실질적 피압수자'가 피의자의 지위에 있을 것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주거나 사무실에 대한 전형적인 압수수색에서 그 주거 등의 실질적 소유.관리자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의 보호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 절차에서도 그 소유.관리자가 참여권 등 절차적 보장을 받아야 한다.
다)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피해자가 임의제출한 정보저장매체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인정한 것은 그가 전자정보의 관리처분권자로서 강제처분의 실질적 대상자 즉 피압수자 지위에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피의자라 하더라도 관리처분권자가 아닌이상 이러한 이익을 가지고 있지 않다. 예를 들어 불법촬영을 목적으로 숙박업소에 위장형 카메라를 설치한 피의자는 무관정보의 임의적 탐색.복제의 위험이 없어 참여권 보장의 대상자가 되지 않는다(2019도7342 판결).
라) 참여권 제도가 취지에 맞게 기능하려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법익의 귀속 주체에게 참여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마) 다수의견은 참여권 보장의 근거인 '전자정보에 관한 실질적 이해관계' 또는 '참여의 이익'을 피의자의 지위 또는 범ㄷ죄혐의사실과 '관련된' 증거에 대한 강제처분이라는 데에서 찾고 있는데, 이는 선례가 참여의 이익을 '무관증거'에 관한 이해관계에 보호에 있다고 본 것이나 유관정보에 대한 이해관계만 있는 것은 '참여의 이익'으로 보지 않은 위 선례의 법리에 어긋난다.
2) 형식적 피압수자와 실질적 피압수자가 분리되는 경우 참여권의 보장 - 실질적 피압수자에게까지 참여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가) 정보저장매체가 소유.관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그에게서 이탈하여 제3자의 소지.보관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경우(분실, 절도, 점유이탈물횡령 등 범죄행위의 대상이 된 경우) 또는 소유.관리자의 의사에 따라 형성된 점유매개관계를 기초로 제3자의 소지.보관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경우(수리를 의뢰하거나 유료금고에 임치하는 경우) 등 현실적 소지.보관자 외에 소유.관리자가 별도로 존재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하게 되었다.
나)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은 피의자의 정보저장매체를 피해자가 범행장소에서 몰래 가지고 나와 수사기관에 임의제출한 경우로서 피의자의 참여권이 인정된 경우인데, 소유.관리자와 현실적인 소지.보관자가 분리된 것이 소유.관리자의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경우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두 경우 모두 전자정보의 관리처분권자가 무관정보의 임의 복제 등으로 침해될 수 있는 인격적 법익의 귀속 주체라는 점에서 동일하기 때문이다.
3) 실질적 피압수자의 판단기준
가) 2021도11170 판결은 실질적 피압수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압수수색 시점 또는 이에 시간적으로 근접한 시기까지 해당 정보저장매체를 현실적으로 지배.관리한 사람이 누구인지, 당시 수사의 경과 및 정보저장매체의 점유이탈 또는 점유매개를 둘러싼 객관적 상황을 기초로 수사기관이 정보저장매체의 소지.보관자 외에 소유.관리자가 별도로 존재함을 인실할 수 있었는지 등의 압수수색 당시 외형적.객관적으로 인식 가능한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한다.
나) 이와 같이 압수수색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인식 가능한 사실상의 상태를 기준으로 실질적 피압수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더라도 수사실무상 혼선과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는 크지 않다.
다) 다수의견은 압수수색 당시 또는 이와 근접한 시기에 이 하드디스크를 현실적으로 점유한 사람은 공소외 3이고, 전자정보에 관한 관리처분권을 사실상 보유.행사할 수 잇는 지위에 있는 사람도 공소외3이라고 하였으나, 수사기관은 객관적.외형적으로 이 사건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전자정보의 전속적 관리처분권자가 공소외 1 등임을 인식할 수 있었다.
라. 본범과 증거은닉범의 경우 참여권의 보장 범위
1) 위 법리는 증거은닉범이 임의제출한 정보저장매체의 참여권 보장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증거은닉범은 참여권을 보장받더라도 무관정보에 관한 인격적 법익의 귀속주체가 아니므로 참여권을 행사할 아무런 유인이 없다. 본범에게 참여권을 보장해야만 영장주의 등을 관철할 수 있다.
2) 따라서 본범이 전자정보에 관한 관리처분권을 확정적으로 완전히 포기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보저장매체의 현실적.직접적 점유가 증거은닉범에게 이전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본범이 전자정보에 관한 관리처분권을 양도.포기하였다거나 무관정보에 관한 이해관계가 소멸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오히려 본범은 나중에 인격적, 개인적 가치를 갖는 무관정보를 유지.보관하고자 은닉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3) 다수의견은 본범이 자신과 이 사건 하드디스크 사이 외형적 연관성을 은폐.단절하겠다는 목적하에 '수사 종료'라는 불확적 기한까지 그에 대한 전속적인 지배.관리권을 포기하거나 공소외3에게 전적으로 양도한 것이라고 보았으나 이는 본범과 증거은닉범 사이 합리적 의사해석의 범위를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정보저장매체가 유관정보와 무관정보의 혼재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어 선례와 같은 법리가 확립된 것임을 간과하기도 한 것이다. 또한 다수의견은 참여권의 귀속 주체 확정 문제를 불법성의 평가나 비난가능성 또는 형사책임의 인정 여부와 혼동하고 있는 것이기도 한데, 본범이 증거은닉의 의도를 숨긴채 제3자에게 정보저장매체를 보관하도록 한 경우 본범의 참여권을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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